언론보도

주남저수지 왕벚나무 꽃길을 기대하며- 양해광(창원향토자료전시관장)

등록일 :
2012-03-12 12:00:00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884
얼었던 대동강물도 녹는다는 절기인 우수(雨水)가 지난 요즘 주남저수지의 왕버들은 벌써 물이 오르기 시작해 푸르스름하다. 겨울철새들도 다시금 북쪽으로 돌아갈 채비를 서두르며 먹이활동에 더욱 분주해 모양새가 한결 매끈하다.

이즈음에 주남저수지 둑 아랫길 따라 왕벚나무를 심는 일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어 참으로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다.

철새도래지 주남저수지는 낙동강변인 창원 동읍·대산면 평야에서도 가장 저지대로 일제강점기에 농업용수 확보와 홍수 예방을 위해 조성한 농업기반시설로서 자연적으로 철새들의 서식처가 되어 왔다. 어른들의 말씀에 따르면 저수지로 조성되기 훨씬 전부터 이 일대는 넓은 들판에 온갖 겨울철새들이 날아와 월동작물인 밀 보리싹을 파먹어 농사에 지장이 많았다고 한다. 실제로 필자도 1960~70년대 겨울방학이면 농작물을 파먹는 철새들을 쫓기 위해 온종일 들판을 지켰던 기억이 생생하다.

철새가 우선이냐 사람이 우선이냐를 놓고 지역주민, 환경단체, 행정기관과의 끊임없는 논란거리가 되어 왔지만 지난 2008년 람사르총회를 성공적으로 치른 것을 계기로 주남저수지 인근의 보전에 강하게 반대했던 주민들도 가까스로 이제는 자연친화적 개발에는 적극 찬성하는 쪽으로 돌아서 생태환경학습지로서의 개발을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람사르문화관에서 낙조대까지 제방 아래 도로변 한쪽 약 1㎞ 거리에 왕벚나무를 심는 데 대해 찬반양론이 뜨겁다. 어느 신문에서는 도로에 나무를 심으면 철새들에게는 철조망이 된다는 제목으로 나무심기에 반대하는 측의 주장을 강조한 느낌을 주고 있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고 확신한다.

수많은 종류의 겨울철새 중에서도 활주로가 필요한 새는 고니류뿐이다. 고니류는 하루 두세 번 정도 이동을 할 때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충분한 거리를 확보해서 10~20여m를 발로 물을 차며 양력을 얻어 날아오르는데 우리나라 겨울철에는 북풍이 불어오기 때문에 언제나 탐조대 건너편 북쪽으로 날아올라 일정한 고도로 이동하곤 한다. 행여 겨울철에 남풍이 분다 한들 기껏 5~6m 높이 정도의 도로변 나무들이 비행에 방해가 된다거나 입체적인 구조물로 인식돼 먹이터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는 참으로 어불성설이다.

1993년 겨울 둑 한가운데 10m 높이의 탐조대를 건립했어도 철새들은 곧잘 적응해 경계심을 드러내질 않았으며, 고니류의 이동비행에도 전혀 지장이 없었다.

왕벚나무가 철새들에게 인공구조물로 보여 위협적인 요소가 된다는 의견 역시 무리한 주장이다. 오래전 주민들은 마을기금 조성을 위해 성냥을 만드는 데 필요한 포플러나무를 저수지 가장자리에 많이 심었다. 이 나무들은 1989년 8월 태풍 셀마로 부러지고 넘어진 후 다시 심은 포플러 군락은 주남저수지 탐조대에서 왼쪽 방향 200여m 거리에 20~30m 높이로 줄지어 서 있지만 고니류의 먹이 활동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고 있다.

주남저수지는 겨울철새들만이 아닌 여름철새, 산새, 들새들에게도 훌륭한 보금자리이고 온갖 습지식물의 보금자리이기도 하며, 더 나아가 사람을 포함한 모두가 공존해야할 대자연의 보금자리이다.

주남저수지를 아끼고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오랜 염원이기도 한 왕벚나무는 진작 심어졌어야 했던 것으로 만시지탄이나마 성큼 다가온 희망의 새봄에 참으로 반가운 소식으로서 주남저수지를 삶의 터전으로 하는 동읍·대산면 주민들은 모두가 환영하고 있다. 

양해광(창원향토자료전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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