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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보

세상을 여는 창 - 퓰리처상 사진전을 보고

작성자 :
창원시보
등록일 :
2026-04-09
조회 :
4
/박영실(성산구 삼동로)


성산아트홀 앞마당에 내려앉은 햇살이 한결 가벼웠다. 주말인데도 전시장 안이 한산해 의아했다. 주차 공간이 부족할지 걱정돼 도슨트 해설 시간보다 30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궁금증은 전시를 보면서 어느 정도 해소됐다.

‘인류는 고통을 먹고 성장하는가?’ ‘세계와 문명은 절망을 딛고 발전하는가?’ ‘나는 누구의 피눈물 위에 오늘을 누리는가?’ 전시를 보는 내내 무거운 채무감이 들었다. 가끔 접하는 퓰리처상 사진에서 환희보다는 슬픔이나 충격을 받을 때가 많았다. 세계 곳곳의 참극을 모아 놓은 전시장은 숙연하달 만큼 차분히 가라앉아 있었다.

도슨트가 처음 소개해 준 사진은 한국전쟁 당시 평양 시민들이 대동강 철교를 넘느라 사투를 벌이는 장면이었다. 1950년 12월 5일. 중공군의 인해전술에 밀려 퇴각하던 유엔군이 파괴한 그곳에는 피난민들이 있었다. 보퉁이 양 끝을 앞가슴에 동여매고 한겨울 쩍쩍 들러붙는 철교에 다닥다닥 붙어 한 발짝이라도 전진하려는 필사적인 몸짓들이었다. 렌즈 바깥에는 북새통 속에서 얼어붙은 강물 위로 떨어지는 이들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70년 묵은 한기가 고스란히 내게로 왔다.

베트남 전쟁 당시 네이팜탄에 노출된 베트남 어린이들이 이 뜨거운 곳에서 구해달라며 외치는 소리가 사진을 뚫고 나오는 듯했다. 곳곳에서 울리는 총성이 귓전을 스쳤다. 차마 바로 앞에서 바라볼 수 없어 몇 발짝 뒤로 물러났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가난과 불행들이 모여 있었다. 아이들 몇이 전시장 안을 돌아다녔지만, 전체적으로 고요했다. 대부분이 참상인 사진 앞에서 누군들 쉽게 입을 열기 힘들었을 것이다.

흑백어린이들이 나누는 순수한 악수, 코로나 팬데믹 때 비닐 장막을 사이에 두고 눈물겨운 키스를 나누는 노부부의 사진은 희망과 사랑이 여전히 존재함을 확인시켜 주었다. 먹구름 안에 숨어있던 햇살 같았다.

오늘도 사방에서 참상이 벌어지는 가운데서 살고 있으면서도 가끔 잊는다. 얼마나 든든한 울타리에서 안온한 삶을 누려왔는지 절실하게 실감한 시간이었다. 이 봄도 여전히 만화방창할 테지만 다른 봄보다는 좀 더 깊어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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