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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보

세상을 여는 창 - 아주 특별한 진해 여행

작성자 :
창원시보
등록일 :
2025-04-28
조회 :
4

/엄동현(부산광역시 사하구)


1985년, 벚꽃잎보다 더 하얀 아들을 포대기에 업고 진해로 향했다. 콩나물시루 같은 버스 안, 뱀처럼 꼬불꼬불 이어진 행렬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고 장복터널에 멈췄다.

백일 된 아들 녀석은 낯선 어둠과 답답함에 울음을 터뜨렸고, 우리는 죄인처럼 고개를 숙였다. 아내는 안절부절못하며 작은 등을 토닥여 주었다. 그 울음소리가 메아리치던 장복터널, 그곳은 우리 가족에게 잊을 수 없는 '고난의 역사'로 새겨졌다.

40년 후, 홀로 다시 찾은 진해군항제는 마치 다른 행성에 온 듯했다. 제황산공원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장복터널은 여전히 그 자리였지만, 이제는 벚꽃잎 휘날리는 추억의 정거장으로 변해 있었다. 그때 그 꼬맹이는 어느덧 40대 중년이 되어, 저처럼 아련한 진해의 추억을 품고 살아가고 있을까?

진해 도심을 거닐다 보니, 마치 시간 여행이라도 온 듯했다. 근대 일본식 주택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진해우체국은 공사 중이었지만, 그 모습만으로도 과거의 숨결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진해군항마을역사관에서 마주한 1910년대 진해의 모습은 놀랍도록 정돈된 계획도시였다. 마치 레고 블록으로 만든 도시 같았다.

여좌천 로망스다리에는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상춘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나도 드라마 주인공처럼 인증샷을 찍으며, 젊은 날의 아련한 추억을 되새겼다. 휴대전화 카메라 셔터 소리가 “하하호호” 웃는 듯했다. 그때 그 시절, 포대기에 싸인 아들을 안고 제대로 된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했던 아쉬움을 달래듯….

그 시절 우리처럼 꼬맹이를 데리고 온 신혼부부를 보니 격세지감이었다. 튼튼한 유모차에 편안히 앉아 벚꽃 구경하는 갓난아기의 해맑은 웃음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잇몸으로 방긋방긋 웃는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그때 우리 아들도 저렇게 사랑스러웠을 텐데, 왜 그렇게 울어댔는지….

진해군항제는 단순한 벚꽃 축제가 아닌, 세월의 흐름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특별한 여행이었다. 다시 찾은 진해군항제, 추억은 방울방울, 웃음은 팡팡! 얼마나 행복한 진해 여행인지 모른다. 아직도 아들의 울음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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